2020년 6월 새로운 컨설팅펌에 입사한지 며칠 지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파트너로부터 7층 5번 회의실로 잠시 오라는 전화 한 통을 받고 회의실로 들어갔을 때 파트너와 3명의 팀원들이 일제히 저를 바라보았고 파트너께서 저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데이터 가치평가라는 주제로 스터디하고 있는데 같이 할래?” 이 질문을 드는 순간 왠지 이거는 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습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꼭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데이터 가치평가 모델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파트너께서 데이터 가치평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데이터 가치평가 모델 개발이 가능한가?’라는 문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12월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스타트업 대표들과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KDB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스타트업 발전을 위해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하였는데 한 스타트업 대표가 ‘스타트업은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를 운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에서 운영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기존 제조업과는 달리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유형자산이 거의 없어 대출받는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 회사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산이 데이터밖에 없는데 방법이 없겠는가?’ 라고 문의를 하였고 이에 이동걸 회장이 ‘데이터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어 보겠다.’라고 답을 하면서 범용성 있는 데이터 가치평가 모델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데이터가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고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동걸 회장의 생각에 동의하십니까?
생각해보면 데이터는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 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이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구현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라는 말들을 자주 접하면서 데이터가 새로운 시대의 핵심 요소이구나! 그렇다면 가치가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데이터 수집, 저장, 분석 활동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등 활용할 목적으로 데이터 보유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하고, (델 EMC의 ‘글로벌 데이터 보호 인덱스(Global Data Protection Index)’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별 평균 데이터 보유량이 글로벌 기준으로 2016년 1.45 PB에서 2019년 13.53PB로 4년 만에 8.3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 데이터 획득 목적의 M&A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까요? 2017년 3월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loan Management review)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링크트인(Linkedin)을 262억달러(약 30조 7천억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활성 사용자(Active User) 1억명의 데이터를 1인당 262달러의 가치로 평가하여 인수한 사례로 평가합니다. 기업 전체의 가치를 데이터의 가치로 보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링크트인의 인수 목적이 오롯이 데이터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해야 할까요?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을 살펴봅시다. 쿠팡은 2021년 3월 17일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NYSE) 상장 시 630억달러(약 72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습니다. 쿠팡의 경우 쿠팡에서 물건을 한 번이라도 구입한 경험이 있는 활성 고객 수와 1인당 객단가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로켓 성장하고 있으나 영업손실 또한 로켓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평가방식으로는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쿠팡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는 쿠팡의 재무제표에 포착되지 않는 무형자산, 그중에서도 쿠팡이 보유한 고객, 쇼핑, 물류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제는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에 있어 기존의 재무성과나 기술평가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 요소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후의 글에서는 제가 데이터 가치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실제로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고민했던 내용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제가 정리하는 내용들은 100점짜리가 아닐 것입니다. 아직 데이터 가치평가 초기 단계이고 첫 시도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제가 정리한 내용을 기반으로 다른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해 준다면 이를 토대로 데이터 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데이터 유통 생태계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Comentarios